2020년 October 23일 By dwbds78 미분류

‘농산어촌 유토피아’ 현장 토론회
정부·기관·단체 30여곳 참여
일자리·주거·복지 밑돌 깔아
도시청년 불러들인 의성 사례 주목
‘인구소멸’ 벼랑끝서 귀농귀촌 마을로
2년 사이 외부청년 108명 터 잡아
홍성·나주·함양 등도 지역재생 실험중
“농촌 부흥 가능성 확인, 전국 확산 모색”

경북 의성군 안계면 시안리 일대에 조성된 스마트팜 온실에서 작업중인 청년들. 의성군 제공
경북 의성군 안계면 시안리 일대에 조성된 스마트팜 온실에서 작업중인 청년들. 의성군 제공

인구 5만명이 조금 넘는 경북 의성군은 외형상 저출생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여느 농촌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5년 동안 5개 초·중·고교가 폐교됐고, 65살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대표적인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꼽혔던 의성군에 최근 의미 있는 변화가 일고 있다. 도시에 살던 20~30대 청년들 유입이 늘면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의성군에 터를 잡은 외부 청년은 108명이다. 지역재생 프로그램인 ‘의성 살아보기’를 통해 농촌을 탐색하는 청년들도 부쩍 늘었다. 의성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파워사다리

지난 21일 오후 의성군 국민체육센터 대강당에서는 농촌 부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 사례들을 발굴하고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한 ‘농산어촌 유토피아’ 현장 토론회가 열렸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과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정현찬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은 농산어촌 유토피아 기획단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림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3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농산어촌 유토피아’ 의성 토론회 참가자들이 행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성군 제공
‘농산어촌 유토피아’ 의성 토론회 참가자들이 행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성군 제공

토론회에서는 의성군 지역재생 사례에 큰 관심이 쏠렸다. 의성군의 귀농·귀촌 인구는 청년들 창업과 지역 정착에 힘입어 2014년 419명에서 지난해 1114명으로 늘었다. 지난 5년 일자리는 3500개가 늘었고 주요 관광지의 입장객은 65만명 증가했다. 지난 4월 대구에서 의성으로 옮겨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장명석(28)씨는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과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오기는 했지만 여기서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남고 싶다. 도시의 무한경쟁 사회에서 지친 제 또래들이 새 터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했다.동행복권파워볼

21일 오후 ‘농산어촌 유토피아’ 토론회가 열린 경북 의성군 국민체육센터 대강당에서 김주수 의성군수가 지역재생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성군 제공
21일 오후 ‘농산어촌 유토피아’ 토론회가 열린 경북 의성군 국민체육센터 대강당에서 김주수 의성군수가 지역재생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성군 제공

의성군이 활력을 찾고 있는 데는 지역재생 전략이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자리와 주거, 복지가 두루 갖춰진 ‘이웃사촌(청년) 시범마을’ 조성사업을 시작으로 기존 정책을 행정 중심에서 주민 중심으로, 지역개발에서 지역재생으로 전환했고 여기에 통합 지원 정책에 역량을 집중한 게 주효했다. 체험 프로그램인 ‘의성 살아보기’를 통해선 지역 탐색에 나선 청년들을 불러들였다. 처음 15명을 모집했더니 도시 청년 75명이 신청했고 두번째 모집에는 115명이 몰렸다. 이 가운데 9명이 장씨처럼 올해 의성군 주민이 됐다.

의성군의 지역재생 전략이 힘을 발휘한 데는 빈집 리모델링과 함께 주거단지 조성에 나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원이 큰 디딤돌이 됐다. 권세연 한국토지주택공사 균형발전처장은 “중장기적으로 전국 농촌에 임대주택과 일자리단지, 복합생활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에 4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성군은 의료와 교육 여건이 개선되면 지금보다 외부 유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정규 의성군 이웃사촌지원센터장은 “‘의성 모델’이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관련 사업의 통합 추진과 지원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전원회귀의 문명 전환이 시작됐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정확히 읽고 전원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를 맞추어간다면 농촌에도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군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사업 1호점에 선정된 청년들이 창업 카페 ‘꽃이 숲을 이루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의성군 제공
경북 의성군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사업 1호점에 선정된 청년들이 창업 카페 ‘꽃이 숲을 이루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의성군 제공

농산어촌 유토피아 구상은 농업인과 농촌 주민을 넘어 도시민 등 국민 전체로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기존의 농촌개발 사업과 구분된다. 2018년 12월 서울 토론회를 시작으로 충남 홍성, 전남 나주, 경남 함양을 거쳐 경북 의성 토론회까지 시범계획 수립과 현장 토론회, 협동 연구가 진행 중이다. ‘농산어촌 유토피아’를 주창한 성경륭 이사장은 “도시가 없는 농촌, 그 반대인 농촌이 없는 도시는 존재하기 힘들다”며 “우리 사회를 짓눌렀던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생명, 에너지, 공동체를 중심에 놓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먼저 준비된 곳부터 실행에 옮기려 한다”고 말했다.파워볼게임

본인 휴대폰 몰래 빼돌려 범행 책임 회피 시도
“김재현 대표 지시대로 움직였을 뿐” 책임 전가

윤석호(왼쪽) 옵티머스자산운용 이사가 올해 7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호(왼쪽) 옵티머스자산운용 이사가 올해 7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인 윤석호(43ㆍ구속기소) 이사가 ‘검찰 수사 협조’ 의사를 밝히면서도 정작 핵심 증거인 휴대폰을 빼돌리는 등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협조는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빈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7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윤 이사는 “앞으로 제가 살 길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범행 일부를 시인하면서 5,000억원대 피해를 낳은 옵티머스 사태의 전말을 검찰이 밝히는 데 조력하겠다는 의지도 여러 차례 내비쳤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김재현(50ㆍ구속기소) 옵티머스 대표의 뜻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이사는 구속 이후에도 △해외 비자금 의혹 △청와대 등 정ㆍ관계를 상대로 한 로비 의혹 등 김 대표의 연루 혐의를 적극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을 공모한 유현권(39ㆍ구속기소) 스킨앤스킨 총괄고문 역시 윤 이사와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윤 이사가 자신의 범행 흔적을 은폐하기 위해 뒤에서 ‘작업’을 한 정황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포착됐다. 주로 사용하던 붉은색 케이스의 휴대폰을 검찰에 제출하지 않고 몰래 유 고문에게 넘긴 게 대표적이다. 지난 7월 7일 윤 이사가 구속된 뒤 유 고문은 윤 이사와 스킨앤스킨 이사들 간 통화 내용이 담긴 윤 이사의 휴대폰을 공개하면서 이사들도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우회적인 압박을 가했다. 유 고문은 특히, 윤 이사의 통화 녹취 등을 이용해 “김 대표가 스킨앤스킨 자금 횡령의 주범이고, 사내 심복을 통해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을 것”이라고 검찰에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에게 범행 책임을 전가하려 했던 셈이다.

옵티머스 본사 및 관계사들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윤 이사는 김 대표 지시에 따랐을 뿐, 자신이 빼돌린 돈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애초 사선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도 조금씩 윤 이사의 진술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옵티머스 주변에선 “윤 이사는 평소에도 거짓말을 일삼았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정부여당과 부동산정책 각 세우고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진실 왜곡”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적극 공감..고언 왜곡 다시 없어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2일 “조선일보가 이제는 제발 정상적인 언론으로 돌아와, 사실과 진실을 전하는 참언론으로 역할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2일 “조선일보가 이제는 제발 정상적인 언론으로 돌아와, 사실과 진실을 전하는 참언론으로 역할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경기=뉴스1) 진현권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2일 “조선일보가 이제는 제발 정상 언론으로 돌아와 사실과 진실을 전하는 참언론으로 역할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지사는 이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선일보는 어젯밤 늦게 ‘이재명, 부동산 오락가락…이번엔 집값 인위적 억제하면 왜곡’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황당한 일”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그동안 다른 언론의 인용에 인색했던 조선일보가 이례적으로 제가 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를 인용하며, ‘부동산 가격 억제에 집중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통해 마치 제가 정부여당과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각을 세우고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오락가락 프레임’으로 저를 원칙 없이 좌고우면하는 인물로 폄훼하고, 정부여당의 정책을 공격하려는 정략적 속셈이 너무 뻔히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저는 적극 공감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이나 정책의 빈틈을 메울 것을 주문한 것”이라며 “당연히 시장의 작동을 존중하면서도, 과도한 이익에 대해 충분히 과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타인의 삶에 영항을 미치는 주거수단이라는 점에서 실 거주 하느냐를 따져야 하며, 특별한 제재를 하지 말고 합당한 세금을 부과하자는 내용을 인터뷰에서 말한 것이다. 그동안 일관되게 해온 말을 오락가락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오락가락한 것은 제가 아니라 바로 조선일보”라며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군에 비행기까지 헌납하며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고 오락가락한 것이 조선일보다. 북한군이 침공해 서울까지 밀려들어오자 호외를 발행해 ‘김일성 장군 만세!’를 부르며 오락가락한 것이 바로 조선일보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자 ‘육사의 혼이 키워낸 신념과 의지의 행동’이라는 기사를 통해 독재자 만세를 부른 것이 바로 그 조선일보”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제가 말한 것은 부동산의 부당수요, 투기수요, 공포수요를 차단하고, 불로소득에 과감한 증세를 함으로써 주거용 부동산이 정착되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독점에 대한 규제와 함께 시장의 역할을 존중하고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력을 세우자는 저의 고언을 왜곡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역사 속에서 오락가락하며, 일본제국주의, 북한 공산군, 독재자의 편에 섰던 조선일보의 행보를 다시 살펴본다. 조선일보가 이제는 제발 정상 언론으로 돌아와 사실과 진실을 전하는 참 언론으로 역할하기를 바란다”며 “저는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일관되게 도민의 편에서, 국민의 편에서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 주권자인 도민과 국민을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jhk102010@news1.kr

강원도 오대산 가을 산행
구도자들이 걷던 9km 옛 숲길
태풍 피해 컸지만 탐방객 줄이어
부처 사리 모신 산사에도 가을빛

마음을 달래는 신묘한 힘을 숲은 품고 있다. 울창한 숲에서 한나절 보내는 것보다 위로와 평온을 주는 일도 없을 테다.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 숲, 가을빛으로 물든 심심산곡의 암자라면 그 위력이 더 강하다. 강원도 오대산 국립공원. 가을이 깊어진 그 숲길을 걸으며 다시 한번 깨달은 사실이다.


걷기 좋은 옛길

상원사 초입에서 만난 단풍. 불타오르듯 색이 선명하다.
상원사 초입에서 만난 단풍. 불타오르듯 색이 선명하다.

올가을 한반도의 단풍이 예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지난여름의 큰비와 늦더위로 인해, 얼룩덜룩 반만 색이 들었다가 잎이 말라버리는 경우가 허다해져 버렸다. 그래서 오대산 선재길을 찾았다. 올가을에는 확실한 단풍 명소로 가야 실패가 없다.

남녘의 양지바른 들에서부터 북벌하는 봄과 달리, 가을은 북녘의 산머리에서부터 내려온다. 강원도 안쪽으로 들수록 가을 기운이 완연하더니, 오대산은 이미 한가을이었다. 오대산은 전 국민이 다 아는 가을 단풍 명승이다. 가을마다 단풍 산행객이 줄을 잇는다. 지난여름 태풍 피해로 탐방로 일부(상원사~동피골, 3.6㎞)가 끊겨버렸는데도, 주말마다 1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들고 있다.

월정사 금강루의 가을 모습.
월정사 금강루의 가을 모습.

오대산의 너른 품 한복판에 천년 고찰 월정사와 말사인 상원사가 있는데, 두 사찰을 잇는 길이 선재길이다. 대략 9㎞ 길이의 숲길. 평탄한 흙길이지만, 3시간이 족히 걸린다. 매표소 어귀 월정사 일주문에서 시작해 전나무숲을 거쳐 선재길로 드는 게 보통이다. 1㎞ 길이의 전나무숲은 아름다운 숲길로, TV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워낙 유명한 장소. 40m 높이의 전나무 2000여 그루가 빼곡히 도열한 채 가을 손님을 맞고 있었다. 월정사 경내도 가을빛이 진했다. 사천왕문과 금강루 사이의 단풍나무가 유난히 붉고 풍성했다.

김재부(48) 오대산국립공원 자연환경해설사가 “훤칠하고 이름난 나무는 없지만, 온갖 잡목이 뿌리내린 숲길이라 단풍 빛깔이 더 다양하고 화려하다”며 발길을 재촉했다.

본격적인 선재길은 월정사 부도밭 너머 ‘회사거리’서부터. ‘깨달음, 치유의 천년 옛길’이라 새긴 안내판이 선재길에 들었음을 알렸다. 선재길은 뿌리 깊은 옛길이다. 1960년대 말 월정사와 상원사 사이에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신도가 오가던 비밀스러운 숲길이다. 한동안 ‘천년 옛길’로 불리다, 국립공원공단과 월정사가 옛길을 복원하면서 2013년 ‘선재길’이란 정식 이름을 달았다. 『화엄경』에 등장하는 ‘선재동자’에서 이름을 빌려왔단다.

선재길을 걸었다. 사박사박한 흙길, 평탄한 데크길이 대부분이라 단풍 구경하며 산책하듯 거닐 수 있었다. 중간 중간 쉼터가 있었지만, 계곡의 너럭바위에 앉아 여유를 부리는 이들이 더 많았다.

오대천 상류 ‘보메기’ 주변으로 단풍이 화려하다.
오대천 상류 ‘보메기’ 주변으로 단풍이 화려하다.

오대천 상류 ‘보메기’는 일제 강점기 자원 수탈의 현장이다. 오대산에서 벌목한 나무를 이곳에서 띄워 한강으로 보냈단다. 그 너른 개울에도 가을에 내려와 있었다. 바람결에 짙푸른 하늘과 붉은 단풍이 시시각각 수면 위를 물들였다. 개울에 드리운 단풍에 넋을 놓고 잇는 순간, 눈 앞에서 수달 가족이 날랜 몸놀림으로 오대천을 휩쓸고 지나갔다. 수달도 단풍놀이에 동참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순례자의 길

지난여름 잇따른 큰비와 늦더위의 영향으로 이번 가을 한반도 단풍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오대산·설악산 등 유명 산이 그나마 체면치레 중이다. 오대산 비로봉 중턱 중대 사자암에서 바라본 오대산의 모습이 그저 곱다. 울긋불긋 온화한 가을빛이 들었다.
지난여름 잇따른 큰비와 늦더위의 영향으로 이번 가을 한반도 단풍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오대산·설악산 등 유명 산이 그나마 체면치레 중이다. 오대산 비로봉 중턱 중대 사자암에서 바라본 오대산의 모습이 그저 곱다. 울긋불긋 온화한 가을빛이 들었다.

선재길은 상원사에서 끝나지만, 또 다른 길이 꼬리를 문다. 오대산 정상으로 통하는 비로봉 코스는 산악인보다 불자가 더 많이 오르는 길이다. 상원사의 산내암자인 적멸보궁(보물 제1995호)이 있어서다. 오대산은 이른바 불교 5대 성지로 통한다. 신라의 승려 자장(590~658)이 중국 오대산에서 진신사리(석가모니의 사리) 일부를 가지고 돌아와 비로봉 중턱에 모셨다고 전해지는데, 그곳이 바로 적멸보궁이다. 『삼국유사』에도 그 기록이 남아있다. 선재길이 단풍 명소로 이름을 날리기 전부터 불자들이 그 길을 밟고, 도로를 내 산을 거슬러 올랐던 이유다. ‘적멸’은 불교 용어로 모든 번뇌가 사라진 경지를 뜻한다.

상원사에서 적멸보궁(1189m)까지는 대략 1.7㎞의 비탈길. 돌계단과 돌상이 늘어서 있어 헤맬 걱정은 없었다. 단풍은 이미 등산로 초입부터 그윽했다. 30분쯤 걸었을까. 적멸보궁의 수호암자인 중대 사자암에 닿았다. 험준한 비로봉 비탈에 절집 다섯 채가 계단식으로 틀어 앉아 속세를 굽어보고 있었다. 가히 울긋불긋한 단풍 숲 위로 암자가 두둥실 떠 있는 형국이었다.

선재길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길이다. 본디 깨우침을 얻으려는 스님과 불자를 위한 길이다.
선재길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길이다. 본디 깨우침을 얻으려는 스님과 불자를 위한 길이다.

예서 적멸보궁까지는 10분이 더 걸렸다. 탐방객이 늘어선 선재길과 달리 부처를 만나러 가는 길은 인적도 없이 적막했다. 아직 하산하지 못한 단풍만이 중생을 반겼다. 적멸보궁은 차림이 소박했다. 작은 불당과 사리탑이 전부. 진신사리를 모신 공간이어서 불상조차 들이지 않았단다. 갖가지 소망을 붙인 연등만이 불당에 매달려 요란히 흔들렸다.

“스님, 세상이 이러니 마음이 어수선해 왔습니다” 적멸보궁에서 마주친 스님은 너그러운 미소로 합장할 뿐 말이 없었다.

오대산 국립공원 탐방로
오대산 국립공원 탐방로

적멸보궁과 중대 사자암에서 바라본 오대산은 산에서 내려온 뒤에도 좀처럼 잊히지 않았다. 그저 깊고도 고요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온화한 가을빛을 내고 있었다.

오대산=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gnhyung@joongang.co.kr

니스·스트라스부르·디종 등 추가..오후 9시∼익일 오전 6시 외출 금지
‘무용지물’ 지적 코로나19 추적앱 업데이트..포르투갈, 3개 지역 봉쇄

야간 통행이 금지되는 프랑스 54개 주와 1개 해외영토 [프랑스 정부 제공=연합뉴스]
야간 통행이 금지되는 프랑스 54개 주와 1개 해외영토 [프랑스 정부 제공=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프랑스의 니스, 스트라스부르, 디종 등에도 야간 통행 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장 카스텍스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니스를 끼고 있는 알프마리팀, 스트라스부르가 있는 바랭, 디종을 주도로 하는 코트도르 등 38개 주(데파르트망)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도 통금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카스텍스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프랑스에 다른 모든 유럽과 마찬가지로 두 번째 물결이 들이닥쳤다”며 “상황이 심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인구 69%에 달하는 4천600만명이 거주하는 본토 54개 주와 1개 해외영토에서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합당한 사유 없이 외출할 수 없게 된다.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지난 8월만 해도 2주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250명이 됐다며 “새로운 조치를 하지 않으면 하루에 5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7일부터 파리를 포함하는 수도권 일드프랑스와 8개 지방 대도시에 내려진 통금 조치는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고 카스텍스 총리는 평가했다.

당국은 전날까지 오후 9시 이후에 외출한 3만2천33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했고, 이중 4천777명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카스텍스 총리는 현재로서는 야간 통금의 효과를 확인할 수 없으나 나아지는 게 없다면 더 강력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리핑하는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브리핑하는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브리핑에 함께한 세드리크 오 디지털 담당장관은 그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코로나19 추적애플리케이션(앱)을 대체할 새로운 앱 ‘투스앙티코비드'(Tous Anti-Covid)를 소개했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 6월 출시한 ‘스톱코비드'(StopCovid)는 프랑스 인구의 3%만이 내려받았을 정도로 초라한 성적을 얻었다.

신규 앱 역시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사용하지 않고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확진자와 접촉했을 때를 대비해 익명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즉, 블루투스를 켜고 앱을 활성화해야만 ‘추적’ 기능이 가능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용자가 있는 지역에서 따라야하는 코로나19 보건수칙과 같은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로즐린 바슐로나르캥 문화부 장관은 통금 조치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극장과 공연장에 8천500만유로(약 1천141억원)를, 영화관에 3천만유로(약 403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곧 100만명을 넘어선다. 프랑스 보건부는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4만1천622명 늘어 총 99만9천4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165명 증가해 총 3만4천210명이다.

같은 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로는 프랑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4만1천991명으로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다.

프랑스 정부가 새로 선보인 코로나19 애플리케이션 [EPA=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새로 선보인 코로나19 애플리케이션 [EPA=연합뉴스]

통행금지가 내려지는 스트라스부르는 정부 발표에 앞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4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올해 열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아기자기한 마을 광장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상징하는 대형 트리는 볼 수 있겠지만, 이전과 같은 분위기는 즐기지 못하게 됐다.

프랑스와 같이 포르투갈 정부도 이날 펠게이라스, 로자다, 파수스드페헤이라 등 북부 지방 자치단체 3곳에 봉쇄 조치를 내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23일부터 출퇴근, 등하교, 식료품과 의약품 구매와 같이 필수적인 용무를 제외하고는 외출할 수 없다.

인구가 1천만명을 살짝 웃도는 포르투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0만9천541명, 사망자는 2천245명이다.

프랑스 등 여타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포르투갈에서도 최근 들어 일일 확진 최다 기록을 연일 새로 쓰고 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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